빅뱅에 관하여
빅뱅 우주론은 오늘날 관측되는 우주의 팽창성을 토대로 추정되는 우주의 기원 가설입니다.
태초에는 모든 에너지가 한 점에 모여 있었으며, 이것이 대략 137억 9900만년 전 대폭발을 일으켜 우주를 형성했을 것이라는 이론입니다. 저는 1년도 길게 느껴지는데 대략 138억년 전 이라니 정말 상상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1920년 러시아의 수학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만이 최초로 주장한 이래 이를 지지하는 많은 증거가 관측되며 정상우주론을 제치고 정설로서 자리잡았습니다. 프리드만은 1차 세계대전에서 러시아의 공군 폭격기 비행사로 참전한 적도 있고, 그 유명한 일반상대성이론을 소개한 사람입니다. 오늘날의 빅뱅 우주론은 초기의 빅뱅 우주론을 토대로 탐사선을 통한 정밀한 관측과 물리학계의 검토를 토대로 보완되었으며, '표준 우주 모형(Standard model)' 또는 '우주상수-차가운 암흑 물질 우주론(Lambda-Cold Dark Matter Cosmology, LCDM)'으로 불립니다. 대략 우주 밀도의 70%를 차지하는 우주상수와 25%를 차지하는 '암흑 물질'이 우주의 주된 구성 물질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우주상수란 진공의 에너지 밀도를 의미합니다.
현재 관측되는 우주 팽창 속도는 1메가파섹당 초속 68~74km입니다. 즉, 관찰자로부터 1메가파섹(326만 광년) 떨어져있는 물체는 약 초속 70km의 속도로 멀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관찰자로부터 먼 물체일수록 더 빨리 멀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우주 전체가 팽창하므로 당연한 일이며 지구에서 뿐 아니라 어디에서든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물체가 멀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로는 공간(우주 자체)이 팽창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멀어지는" 속도가 광속을 넘어설 수도 있습니다. 질량이 있는 물체는 빛보다 빠를 수 없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빛이 지나가는 공간 자체가 늘어나며 상대속도가 늘어나는 거라서 물리법칙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추가로 우주물질의 밀도가 어떤 한계값과 같거나 더 작을 때는 우주의 팽창은 영원히 계속되고, 반대로 이보다 클 때는 장차 어느 시기에는 팽창속도가 0이 되어 그 후는 우주가 수축을 하게 됩니다.
역사
1927년, 벨기에 뢰번 가톨릭 대학교의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라는 물리학자 겸 신부가 처음으로 주장하였고, 이것이 현재의 빅뱅 이론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르메트르는 우리가 알고 있는 '허블의 법칙'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빅뱅 우주론이 정설로 자리잡은 현재와는 달리, 당시 르메트르가 처음 이 이론을 주창할 당시에는 빅뱅은 마치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절대자의 천지창조, 곧 창세기의 “빛이 있으라”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어서 과학계로부터 심정적인 저항을 상당히 받았습니다. 하필이면 르메트르가 가톨릭 사제였던 것 역시 과학계에서 편견을 가지기에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의 필자는 그 당시의 종교의 위상이 정말 대단했다고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교황청이라는 기관도 있었던 만큼 모든 부분에서 영향력을 끼친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처음부터 수용된 것은 아니며, 빅뱅 이론과 반대되는 정상우주론, 곧 우주가 예전부터 그 상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이론과 한때 팽팽하게 대립했었습니다. 르메트르도 이와 같은 사정을 모르지 않았기에, 과학으로서의 우주론과 신앙으로서의 창조는 전혀 연관이 없으며 연관 짓지도 말아달라고 교황청과 과학계를 설득하는 한편, 본인도 물리학자로서 빅뱅 우주론에 관해 말할 때는 성직자로서의 자신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빅뱅(Big Bang) 이론'은 원어로 들어보면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의미를 풀어 보면 '대폭발', '큰 쾅 이론'이란 뜻이며, 초기엔 태초의 화염구(primitive fireball) 정도로 불렸습니다. '빅뱅'이라는 단어는 정상우주론을 지지했던 물리학자 프레드 호일이 1949년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해 빅뱅이론을 약간 까는 어조로 "그럼 우주가 맨 처음에 꽈광!(Big Bang)하고 생겨났다는 말이군요?"라고 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최초의 사용이 조롱의 목적이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며 훗날 호일은 조롱할 의도 없이 그저 팽창우주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위가 무엇이었든, 이 호칭을 "오, 그거 괜찮은 명칭인데요?" 라며 마음에 들어한 빅뱅 우주론을 지지한 학자들에 의해 지금의 명칭으로 정착하였습니다.